c h e r r y c . c o m

unbgm_소리없이







p o e m

s o n g

c h e r r y

n o t e




벚꽃 아래, 하루


   a l l  ㄱ 41  ㄴ 3  ㄷ 1  ㄹ 1  ㅁ 7  ㅂ 14  ㅅ 7  ㅇ 49  ㅈ 15  ㅊ 9  ㅋ 0  ㅌ 0  ㅍ 1  ㅎ 12  & 1 
 

그릇을 내다

맹문재



식구들이 모두 외출해 텅 빈 집, 숲의 나무들이 내는 것 같은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소리가 어디에서 나는지 알고 있다

아침이고 저녁이고 여름이고 겨울이고 집에 있수 하고 들어서는 이웃집 어른들과 어서 오우 하고 반기는 할머니 사이에는 항상 그릇이 놓였다 할머니는 한 술 뜨라고 밥을 내거나 강냉이나 고구마를 담아내었고, 이웃집 어른들 또한 음식에 손을 대면서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며느리와 싸운 얘기, 장을 본 얘기, 부조금 얘기, 날씨 얘기, 객지에 나가 있는 손자 얘기, 고추나 마늘금 얘기, 어느 집 흉보는 얘기······ 음식이 비워지는 대신 얘기들이 그릇에 담겼다 방을 적시던 서러운 눈물도, 문살을 흔들던 큰소리도, 먼 곳에서 온 방물장수의 신세타령도, 산판꾼들의 산벚꽃 같은 허풍도 숨죽인 배추처럼 그릇에 담겼다

그 두런거리는 소리들이 모두 떠나갔다고 여기고 있는데, 오늘 다시 들리는 것이다.

자식들의 밥을 챙겨주듯 나도 사람들에게 그릇을 내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일까?

나는 그릇들이 쌓여 있는 부엌으로 햇살처럼 들어간다



 

용인(龍仁) 지나는 길에

민영



저 산벚꽃 핀 등성이에
지친 몸을 쉴까
두고온 고향 생각에
고개 젓는다.

도피안사에 무리지던
연분홍빛 꽃너울
먹어도 허기지던
삼춘 한나절.

밸에 역겨운
가구가락 물 냄새.
구국구국 울어대는
멧비둘기 소리.

산벚꽃 진 등성이에
뼈를 묻을까.
소태같이 쓴 입술에
풀잎 씹힌다.



* 도피안사(到彼岸寺)  삼춘(三春)  가구가락(可口可樂): '코카콜라'의 중국식 표기  


 

엄마도 운단다

마종기



우는 아이만 보면 엄마가 되고 싶어
우는 아이만 보면 엄마를 낳고 싶어
어쭙잖게 해탈도 하고 싶어
까맣게 눈 뒤집어
마음속 빈 밭에 어떤 생물이 도사리며 울고 있는지
그게 혹 제 꼬리부터 삼켜
모가지까지 삼켜
영원 회귀한다는 신화 속의 괴물은 아닌지
쓸모없이 나부끼는 내 몸의 하부 구조가
벚꽃들이 난장을 벌이는 광장 구석,
잡초 다발 같은 우주의 유실물에 다름 아닌지, 아니라면
해마다 먹물을 마신 듯 까맣게 울부짖는
이 정처 없는 마음의 진동이
언젠가 잠든 사이
스스로의 남성을 겁탈하여 사산시켜버린
원형복제물들의 합창일지도 모른다는
그리하여 제 어미 목 따고 솟아오른
식물들의 개화기 때마다
귀부터 먹먹해지는 이 오래된 병증을
오색의 음악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칠흑의 절규로 더욱 키워서
마침내 우는 아이를 내 몸 안에 다시 넣어
기어어 우는 아이가 내 몸을 찢고 다시 태어나기를
우는 아이야
우는 아이야
너 정녕 슬프고 서럽거든
어미를 싯누렇게 짓밟아다오
진달래 개나리 아름드리 느티나무
수천의 종자들이 어미 얼굴 한복판에
새 터를 잡고 늙은 바람의 목청이
개운하게 게워지기를
우는 아이야
우는 아이야
네 울음 속에 어미를 담가다오
어미를 낳아다오



1 [2][3] next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herais



그저 감사히. 잘못 옮긴 문장은 알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