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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아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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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도감 매만지는 시간
- 이월의 풀냄새


문학주



오늘 같은 날엔
우수 아직 먼 어중간한 2월엔
마른 마음이 먼저 달려가
봄으로 돌멩이 던지는 날엔

낡은 식물도감을 꺼내 매만진다
동백이나 목련,
벚꽃이나 진달래말고
기이하고도 야릇한 생김새로
제 몫의 삶이 좋다고
괴이한 이름 내민 것들
애기똥풀, 좁쌀풀, 지칭개, 노루오줌, 조뱅이...
이것들 어디 코빼기나 좀 보면서
가슴 위아래로 번지는 풀냄새도 킁킁거리며
그렇지, 커피도 한 잔 마시면서

막 물기 도는
무화과나무며 대추나무의
수피도 몇 번 매만져본다

이런 날엔 또
가난한 햇빛들이 많아져서
후두둑거리는 빗발처럼 넘쳐나서
이것들 창밖에 서성이지 못하고
월창(越窓)까지 해서는
도감 속 핀 꽃들을
윤기 잘잘 흐르게 하는데

그래그래, 마음 멀리 안 가도
이렇게 맑은 날은
나는 아주 조그만 존재가 되어
네 속이든 내 속이든
다 봄물 드는구나  



 

새벽 버스를 타고

문학주



새벽 버스를 타고 봄날을 지나간다
살아서 처음보는 사람들
몇몇 휙휙 꽃잎처럼 지나가고
누군지 모르나 그들도 저들처럼
사람을 사랑한다거나
복사꽃 핀 한세상
둥글게 살아가려 했던 것일까
가다 말고 돌아보는 새벽빛 속에서
남들보다 일찍 살아도
남들보다 늦게 돌아오는 사람들이
늘 새벽 거리엔 많은 듯
돌아보다 다시 가는
저 세상의 사람들 속엔
부신 햇살이 떨어지기 전에도
앞선 세상 먼저 만들어
무거운 짐가방에 짐을 지고 떠나거나
함께할 따뜻한 사랑 신문처럼 돌리는데
어디로 가든 반짝이는 생이 아니며
어디서 끝이나든
싯푸른 죽음이 아닐 것인가
새벽 바람이 한번 거리를 훑자
벚꽃들 깊은 상처 속으로
생살처럼 떨어져내리고
나는 저승으로 먼저 가는 목관처럼
내가 앉아 있는 이 세상을 바라본다


 

벚꽃아래서

명서영



준아!
4월 여의도에는 아직도 네 발걸음
벚꽃 잎으로 남아있구나
알알이 담겼던 우리의 속삭임들이
우리가 이만큼 떠난 사이에도
피었다 지고 졌다 피었구나
그 때 그 나무는 한길 더 자라
못 다한 말들이 덕지덕지
비듬처럼 얼룩져 있다
그 해 그 날 세찬 비바람 몰아쳐
꽃잎 떨어지던 날
잡은 손놓고 흔들리던 네가 미워
선포한 이별이
하늘 난간 눈물이 될 줄이야
무심하게 만발했던 여의도 벚꽃
꽃잎 허물어지도록
나뭇가지 휘어잡던 너
너를 헤아리지 못한 채
긴 세월 해마다 피워 올린 꽃잎은
그렇게 봄비 맞아 사르르
지고 말아
너는 너대로 난 나대로 떠났는데
그 다음 그 다음 그 다음해에도
네 벚꽃은 지독히도 살아나
내 안에서 다시 피어오르는,
준아!
난 지금
나보다 먼저 왔다간
네 발자국을 따라 이 길을,
먼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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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감사히. 잘못 옮긴 문장은 알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