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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아래, 하루


   a l l  ㄱ 41  ㄴ 3  ㄷ 1  ㄹ 1  ㅁ 7  ㅂ 14  ㅅ 7  ㅇ 49  ㅈ 15  ㅊ 9  ㅋ 0  ㅌ 0  ㅍ 1  ㅎ 12  & 1 
 

雁足, 혹은 떨림에 대하여

오태환



내 빗살무늬의 흉강 어디서 산벚나무 생살을 짜개 짚으며 한사코 한사코 가을이 도지는구나 일파만파로 도지는구나





 

무지개 이야기

이경임



올 봄에 소연 엄마가 옆집으로 이사왔다. 신혼 초부터 보습 학원 선생님 해서 번 돈 삼 억을 남편이 사업한답시고 모두 들어먹었다고 했다. 돈이야 또 벌면 되는데 남편이 왜 교통사고로 추락사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어렸을 때 재래시장 건어물가게에서 운명이 엇갈린 파리떼를 보았다. 천장에 매달린 파리왕끈끈이에 갇혀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지르는 파리떼와 잡판대의 비릿한 건어물을 집요하게 탐하며 웅웅거리는 파리떼를 보았다. 천국과 지옥의 경계가 선명할 때 삶은 견딜 수 없는 것처럼 보였고 그 경계가 희미해지면 삶은 견딜 만한 것처럼 보였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할 때마다, 여자를 바꿀 때마다 나는 그 허름하고 낡은 건어물가게를 찾아다녔다.
갇힌 흔적만 있고 미친 흔적이 없는 여자는 어리석다.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아도 지상의 잎새들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미쳐 가는 저녁노을처럼 고요하게 미치고 싶다. 아파트 화단의 키 큰 목련나무처럼 미치고 싶다. 나무는 그늘진 아파트 벽 쪽으로 가지를 뻗지 않고 햇볕 잘 드는 허공 쪽으로 가지를 뻗는다. 양지쪽으로 뻗어 나간 가지의 무게 때문에 그 목련나무는 한쪽으로 기우뚱 기울어져 보인다. 일생 동안 기형적으로 살게 될 거다.
음악이나 시나 미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애교를 파는 원숭이의 흉내는 내지 말아야지. 여자들에게 시를 쓰게 해서는 안 된다는 쇼펜하우어의 글귀를 읽으면서 올 봄에 나는 다짐했다. 솔직하지만 예의바르지 못한 철학자에게 나는 한때 빠졌었던 적이 있었다. 한동안 시를 쓰지 못했지만 대신에 요리와 운전과 에어로빅을 배웠고 고정적인 나만의 수입과 나만의 사무실을 갖기 위해 애를 썼다.
작년 겨울 외딴 산사에서 며칠을 보냈었던 적이 있었다. 간간이 삭정이 부러지는 소리와 <푸코>라는 이름을 가진 누렁개가 눈을 맞으며 끙끙거리는 소리를 들었었다. 폭설이 내리는 동안은 죽음도 눈앞에서 사냥감을 놓친 사냥꾼처럼 넋이 나간 듯했다. 그때, 살면서 아무런 소리나 내지 말아야겠다는 반성을 했다. 폐허의 의상을 입고 있어도 자연은 내 안의 가장 신성한 생명을 일깨운다. 봄이 되면 산사 입구에 벚꽃이 흐드러질 것이다. 벚꽃은 가볍고 건조하다. 그래서 필 때보다 질 때가 더 아름답다. 그렇게만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정원엔 늘 꽃이 피고 꽃이 지고 나는 오래 된 빨래를 널 듯 무지개를 허공에 드리우고 다시 밤을 맞기 위해 무지개를 지울 것이다.




 

강 건너

오규원



벚고개에는
산오리나무
갈림길에는
표지판 위의 문호와
서후
그리고 대지에는
애기똥풀과
조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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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감사히. 잘못 옮긴 문장은 알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