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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자욱해지면


사방이 자욱해지면 내가
중심이 된다, 안개 속에서는
누구나 맨 앞이고 맨 뒤이다
어깨죽지 축축해지는 봄비 멎자
그 틈새로 안개가 밀려와
시멘트처럼 굳는다
이 들끓는 봄날은 수시로 나를
한가운데로 몰아넣는다
안 보이면 없는 것이라고 믿어버리는
이 습관도 무섭다, 사방이 자욱해지면
한가운데에서 이렇게 움직이지만
사방이 캄캄해지면 누구나 움직이는
한가운데, 아니 한가운데인
변방인 것, 방향제만 같은 그대
그대의 발언은 어디에서 흩어져 오는가
자욱해지는 것인가, 이 봄날은
꾸역꾸역 안개를 피워댄다
봄날은 안 간다



거미줄


거미로 하여금 저 거미줄을 만들게 하는
힘은 그리움이다
거미로 하여금 거미줄을 몸 밖
바람의 갈피 속으로 내밀게 하는 힘은 이미
기다림을 넘어선 미움이다 하지만
그 증오는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이어서
고요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팽팽하지 않은 기다림은 벌써
그 기다림에 진 것, 져버리고 만 것
터질 듯한 적막이다
나는 너를 잘 알고있다



고요한 나날들


포장을 뜯지 않은 건전지처럼 가만히 기다리자
꽃상여가 수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간다 그 안에 관은 없다
사람들이 집을 비운 마을의 한낮은 고요하다
펼쳤던 손을 자르고 아래로 내려간 겨울 나무들
바람의 안쪽은 말라 있고 그 맨 앞은 보이지 않는다
꽃상여를 불태우며 없는 죽음을 죽이는 사람들이 활기차다
자물쇠 채워진 우물물이 조금씩 고이고 돌아와 누운
집들이 깊숙해진다 더 기다리자



봄은 수직한다


가장 큰 감옥은 내 안의 감옥
창이 없는 감옥 낯익은
감옥 두근거림이 지워진 감옥
그곳이, 그때부터가
가장 커다란 감옥

감옥에서 봄 맞을 때
내 몸 밖이 왼통 봄일 때
봄들이 태양과 수직하는 장면을
나는 보았다
태양과 수직하지 않는 봄은
봄이 아니었다

봄이 나의 감옥일 때 나, 보았다
태양과 일직선으로 만나지 않는 봄
봄이 아닌 것을
온몸으로 태양을 만나지
않는 봄은 봄이 아닌 것을
몸 전체가 몸 전체로 아프지 않은

아픔은 아픔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또 보았다
태양은 언제나 하나이기 때문에
모든 봄에게 전부일 수 있다는 것을

그리하여 나는 또 보았다
그대를 正面하는 내 두 눈
새카맣게 타들어오는 것을
감옥 전체가 불타는 것을
온몸뚱아리가 새카맣게 무너지는 것을
어쩌지 못하여 봄이
여름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것을
최단거리로 그대 향하는
두려운 두근거림
뜨거운 낯설음을



이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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