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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마지막 개기일식

- 네 고통의 시선이 다하는 날, 나는 캄캄한 흑암으로 돌아갈 유리하는 별들이라,


외눈의 태양이여,
그대의 눈이 온전히 감길 때
헛된 꿈도 사라지고
단 한번,
내 짧았던 사랑도 완성되리
그대 드디어 눈을 감는구나
환한 봄날,
햇살은 가루약처럼 쏟아져
風景의 한쪽을 더욱 환하게 하는데
나는 저기 저,
오랜 두통의 마루를 지나
태양의 눈을 감기러 가는 달
만삼천팔백칠십 개의 내가
그대에게로 가면, 가서
그대 깊은 품속에 안기게 되면
그대 드디어,
두 눈동자의 등불을 끄고
고요히 침묵하겠구나

내 생애 마지막 일식에 대하여
그 짧은 사랑에 대하여




목련통신 5. 그토록 차디찬 음악 속에서


누군가 빗속에 서 있었네 나무들과 함께 누군가 빗속에 서 있었네 나뭇가지에 걸린 검은 구름들이 울고 있었네 무언가 서러운 일이 있었다는 듯 울고 있었네 우는 구름 아래 누군가 빗속에 서 있었네 길을 잃은 듯 하염없이 비를 맞고 서 있었네 주머니 속에서는 성냥과 담배가 젖어가고 시선 속에서는 고양이와 새들이 젖어갔네 젖은 지붕들 위로 비가 내리고 젖은 지붕들이 울고 있었네 우는 지붕 위에서 누군가 바이올린을 켜고 있었네 빗줄기의 현을 오래도록 켜고 있었네 아름다운 노래가 될 때까지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네 누군가 빗속에 서 있었네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듯 침묵의 나무 둥치 곁에 서 있었네 그가 찬 손목시계는 오후 두시에서 젖어들고 있었네 초침들은 습기를 밀어내며 힘들게 회전하고 있었네 누군가 빗속에 서 있었네 멀리에서 기타 소리가 들려왔네 누군가 빗속에 서 있었네 연인들은 빗속을 뚫고 골목길로 사라지고 나무들은 추운 듯 자꾸만 몸을 떨었네 몸을 떨 때마다 잎사귀들의 눈물이 떨어졌네 아무도 보지 않았지만 누군가 빗속에 서 있었네 차들은 흙탕물을 튕기며 컴컴한 오후로 달려갔네 추억의 커피들은 식지 않으려는 안간힘으로 온몸을 웅크렸네 누군가 빗속에 춥게 서 있었네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네 누군간 빗속에 떨면서 서 있었네 그의 턱에선 턱의 눈물이 떨어졌네 누군가 빗속에 서 있었네 그토록 차디찬 음악 속에서




무가당 담배 클럽과 바람의 국경선


우연의 음악이 바람의 국경선을 넘나드는 곳에 무가당 담배 클럽이 있다, 식당 먹으러 가자, 이것은 무가당 담배 클럽의 그 흔한 농담들 중의 하나이지만 그런 농담만을 듣고도 무가당 담배 클럽의 회원을 색출해 내는 귀신같은 자들이 있다, 그 비밀 요원들은 바람의 국경선 저 너머에서 왔다, 그들은 무가당 담배 클럽 저편의 세계에 봉사하는 자들이다, 무가당 담배 클럽에는 이런 비밀 요원들과 회원들이 서로 뒤섞여 있기 때문에, 막상 무가당 담배 클럽에 하루 종일 있으면서 산책을 하고 농담을 하고 때때로 함께 어울려 술을 마시기도 하지만, 누가 진짜 무가당 담배 클럽 회원인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곳의 남자와 여자들도 어느 날은 술에 취해 밤새도록 침대 위를 뒹굴며 서로의 육체를 탐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아무리 몸을 뒤섞어도 서로가 진짜 회원이라는 확신을 가지지는 못한다, 간혹 또 어느 날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사람이 무가당 담배 클럽 회원으로 밝혀져 바람의 국경선 저 너머로 압송되기도 한다, 그의 죄는 너무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가당 담배 클럽을 너무 낭만적인 분위기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지금 조용히 고백하건대(이 글을 읽는 그대들만 알고 있으라), 사실 나는 무가당 담배 클럽의 핵심 요원이다, 그런데 이런 나조차도 정확한 회원의 숫자와 그 규모를 알지 못한다, 나는 지금 무가당 담배 클럽 한구석 내 자리에 앉아 조용히 이 글을 쓰고 있다, 어젯밤 심하게 과음했더니 숙취 때문에 나는 지금 몹시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리다, 이 글을 쓰는 것도 몹시 힘든데 야, 식당 먹으러 가자, 누군가 또 저 건너편에서 외친다, 가자, 우연의 음악이 바람의 국경선을 넘나드는 곳에 무가당 담배 클럽은 있다, 식당 먹으러 가자




버찌


허공의 경계선을 지나
운석처럼 버찌들이 떨어진다
저들이 태어나 한 생애를 견디고
끝내 가고자 하는 곳은 어디인가
한 점 핏방울로 맺히는
망명점. 북반구의 유월

기억나지 않는 生涯

저 너머로,
지가 그 무슨
열혈남이라도 되는 양
핏빛으로 버찌가 떨어진다

이해받지 못한
울음 덩어리의 生



박정대



 






Michel Polnare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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