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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꽃




꽃은 식물 중에서 유일하게 動物이다. 꽃은 새!
새를 공중에 뜨게 하는 부력은 꽃이 발산하는 힘이 공기에 섞여 있기 때문. 그 힘이 부리로부터 항문에 이르는 새의 내부를 적셔놓을 때 공기보다 가볍지 않을 신체가 어디 있겠는가.
꽃의 날개는 향기. 대기 중에 향기를 펼치며 냄새의 깃털을 힘차게 저어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꽃은 강렬한 색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거기 있지 않고, 잘 계산되고 익숙한 세상에 우연한 흔적처럼 흩뿌려져 있다. (물감통을 들고 화폭에 다양한 속도로 물감을 흘리고 뿌리는 화가들은 꽃에게 자신의 영혼을 쏘아버린, 홀린 꽃의 情夫들이다.) 꽃은 꽃이 아니라 눈감을 새도 없이 시선을 꿰뚫는 번갯빛이다.

*

꽃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꽃은 꽃의 메아리. 꽃을 보는 순간 모든 육체는 꽃의 깊은 구멍 속으로 빨려들어가버리고 말아 보이지 않는 이 세상 바깥에서 색다른 육체로 탄생하고 있으니까. 저 서녘 하늘에 번지는 구름의 색채, 빛의 이불들이 우리의 눈동자 속에서 꽃의 잔영들을 끄집어낸다. 너의 꽃, 사랑의 구멍, 내 육체의 블랙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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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꽃, 용담, 9월의 타오르는 바다 짙푸른 深海의 차갑고 뜨거운 꽃잎 중앙에 너의 裸身이 파란 꽃불처럼 박혀있는 꽃.
너의 꽃, 설유화. 봄새벽에 눈이 오는 희디흰 너의 허벅지에 붕대 처맨 가지마다 사랑의 수분 번져나올 때 손톱만한 약솜으로 틀어막는 꽃. 설유화 지고 나면, 아기 손처럼 가지마다 녹색 손을 흔들어대는, 설유화 지고 말면.
너의 꽃, 카라. 크고 도톰한 흰 깔때기 같은 꽃잎에 푸른 대궁이 깊은 꽃.
너의 꽃, 장미. 붉은 입술에 입맞출 때 마조히즘의 가시 덩굴 통과하는 맨살의 꽃.
너의 꽃, 튤립. 네 몸이 가장 뜨거운 밤, 너의 중심에서 신호처럼 불을 밝히는 노란 電燈. 어둠 중에 매혹의 눈동자를 켜고 사랑을 고백하는 電燈, 튤립.
너의 꽃, 포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기나긴 연두색 터널. 그 끝까지 참고 걸어가 봄 하늘 창에 발가벗은 주황색 몸으로 커튼을 치는 꽃.

*
  
너의 꽃은 숨어 있다. 꽃잎에 웅크리고 세월을 건너갈 때 세상의 시선이 곤충의 다리처럼 머리카락을 쥐어뜯는다. 깊이깊이 숨어 있는 너의 꽃. 벗겨진 상처에 마약같이 덮여오는 향기, 눈동자에 잔상으로 남아있는 너의 꽃. 네 몸은 보이지 않고 바람이 지나간 大氣에 파동처럼 주름진 공기의 살갗. 허공에서 어린애 같은 육체가 태어난다.
꽃은 사랑이란 말의 생식기. 사랑이란 말은 보이지 않지만 그 생식기는 매혹하는 향기와 선명한 색채로 빨아들일 듯 우리를 쳐다본다. 너의 꽃도 그 중에 하나. 네 몸의 베일이 그것을 가리고 있다. 나는 찾지 않는다. 너의 꽃을. 네가 숨겨놓은 그 꽃자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채호기




 



Alessandro Caiello




Che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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