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h e r r y c . c o m

unbgm_소리없이







p o e m

s o n g

c h e r r y

n o t e







 



그리운 언어


너무 늙으시어 우리 어머니
기쁨과 슬픔 모르시네
너무 늙으시어 우리 어머니
말과 설득을 잊으셨네

김위원장이 탄 특별열차는
겨울 압록을 지나
어머니의 꽃밭을 달리고
집은 일찍이 떠나왔던
풍문으로 떠도는 신화
부족은 망했고
나는 형천刑天의 분노로
육지로 변한 옛날의 바다를
계속 항해하는 미친 고래

몸은 죽으리
말은 사라지고
김위원장이 탄 특별열차는
가난한 어머니의 꽃밭을 지나
식구들이 유랑하던
모래내, 수색, 화전···· 그 아름다운 이름들이
뿔뿔이 흩어지어 사라지이니
나는 말도 못 하게 되었네
어머니 너무 늙으시어
소리와 노래를 하나로 들으시니
나는 말도 못 하게 되었네



미친 철학자를 위하여


담배 회사 건물에서조차
금연을 강요당하다니, 참- *

술만 남았다 우리가 왜,
아메리카 청교도들의 엄숙주의를 따라 해야 하는가?
나는 환경주의자들의 에코토피아를 믿지 않는다
항상 강력한 유토피아는 오늘의 위기를
내일의 재앙으로 밀어붙이는 버릇이 있다
유다 복음서 이전에도 나는
이 세상이 신에 의해서가 아니라
불완전한 조물주의 실패작인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미친 시인과 미친 철학자들이 좋다
진정한 철학의 끝은
세계에 대한 절망과 직면하게 마련이고
그 모순 앞에서
아파트에서 떨어져 내리고
권총으로 자기 머리를 쏘는 것은 당연하다
시인은 미치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는 자들이고
철학자는 자살과 동시에 미친 삶을 산다**

모순 앞에서의 노래와
모순 앞에서의 죽음
가장 아름다운 길을 따라
고요히
아무도 없는 빈집에 스며들어
길이 몸인 뱀처럼 자고 싶다


* 나는 반공 이데올로기 속에서
아름다워야 할 유년을 더럽혔고
환경 이데올로기 속에서
퇴폐적일 중년을 망쳐버렸다
** 끝까지 살아남은 철학자의 집은
관 속이다




사랑, -불가능한


그리고-,
재난 이후의 세상은
비단에 그린 채색화처럼
멀고 먼 황사에 덮여 있습니다

너무 가까이에서야
너무 먼
이때에야 나는

당신을 사랑했던
당신의 벚나무에게
소식을 묻습니다

지금쯤 꽃이 피었는지

완전한 球가 있다면
완벽한 그것을
완전히 뒤집어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 불가능한 존재와
불가능한 행위가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입니다

그래서-,
사랑하지만
행복하지 않습니다




아테오스 (atheos : 신에게서 버림받은, 신 없는)


바다는 뭍의 욕망을 처음 보았다
고성-양양-삼척이 불타는 지도의 광경
그리고 그 파경의 욕망을 장엄莊嚴하는
천년 고찰 낙산사의 다비식이
삼매의 불빛을 바다에 드리우는
다시 광경-, 그리고 큰 도약으로
길을 건너뛰는 불의 휘파람 소리
삐이-남조선의 척추가 불타고 있다
말해지던 모든 깨달음의 거울이
일제히 깨어지고 아직
자본주의의 삶을 익히지 못한 숲을 달리며
불은 스스로의 욕망을 소거하며 확장한다
세상은 점점 더 천박해지고
우리는 점점 더 가난해진다
피와 열정으로 한 세기를 이룩했건만
만진 것마다 쓰레기다
민주주의는 단지 고귀한 꿈일 뿐이고
문명은 언제나 숲을 장식처럼 달고 다닌다
정신은 자연보다 늦게 온다고
철학은 얘기하지만, 자연은 분명
신에게서 버림받은 정신이다
(신은 왜 우리에게 한 번에 하나씩 질문하지 않는가?)
인간의 진화가 돌연변이의 사건이듯이
아, 모든 것은 우연이고
우연은 우연의 고리를 끊고 말해지는
질문 앞에서만 필연이다
(하하 그러니 모든 말은 대답인 한에서만 오류이다)
수많은 사리의 결정을 길러낸
천 년 동안의 몸이 불타고, 무너져, 스러지고,
아직도 희망을 일삼는 자들은 모두
이미 강 건너에 있다
인간은 모든 동물에게 복종을 의미하는
가장 굴욕적인 자세로 매일 잔다
지금, 여기
나에게 있어 굴욕은
삶을 횡단하는 꿈일까?
아니면 삶의 자세일까?
이제 우리가 스스로를 폐기할 시간이다
다리도 버리고, 소리도 버린 뱀처럼
뱀의 고독처럼, 나는 기다렸다
눈뜨면? 지옥이다



함성호




사랑의 감옥


뱃속의 아이야 너를 뱃속에 넣고
난장의 리어카에 븥어서서 엄마는
털옷을 고르고 있단다 털옷도 사랑만큼
다르단다 바깥 세상은 곧 겨울이란다
엄마는 털옷을 하나씩 골라
손으로 뺨으로 문질러보면서 그것 하나로
추운 세상 안으로 따뜻하게
세상 하나 감추려 한단다 뱃속의 아이야
아직도 엄마는 옷을 골라잡지 못하고
얼굴에는 땀이 배어나오고 있단다 털옷으로
어찌 이 추운 세상을 다 막고
가릴 수 있겠느냐 있다고 엄마가
믿겠느냐 그러나 엄마는
털옷 안의 털옷 안의 집으로
오 그래 그 구멍 숭숭한 사랑의 감옥으로
너를 데리고 가려 한단다 그렇게 한동안
견뎌야 하는 곳에 엄마가 산단다
언젠가는 털옷조차 벗어야 한다는 사실을
뱃속의 아이야 너도 태어나서 알게 되고
이 세상의 부드러운 바람이나 햇볕 하나로 너도
울며 세상의 것을 사랑하게 되리라 되리라만




오후


아침에는 비가 왔었다
마른번개가 몇 번 치고
아이가 하나 가고
그리고
사방에서 오후가 왔었다
돌풍이 한 번 불고
다시 한 번 불고
아이가 간 그 길로
젖은 옷을 입고 여자가 갔다




고요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
바람이 나무 밑에서 그림자를 흔들어도 고요는 고요하다
비비추 밑에는 비비추의 고요가 쌓여 있고
때죽나무 밑에는 개미들이 줄을 지어
때죽나무의 고요를 밟으며 가고 있다
창 앞의 장미 한 송이는 위의 고요에서 아래의
고요로 지고 있다




빗방울


빗방울이 개나리 울타리에 솝-솝-솝-솝 떨어진다

빗방울이 어린 모과나무 가지에 롭-롭-롭-롭 떨어진다

빗방울이 무성한 수국 잎에 톱-톱-톱-톱 떨어진다

빗방울이 잔디밭에 홉-홉-홉-홉 떨어진다

빗방울이 현관 앞 강아지 머리에 돕-돕-돕-돕 떨어진다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오규원






 

Que reste-t-il de nos amours
Le premier bonheur du jour





prev [1][2][3][4][5][6][7][8] 9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her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