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h e r r y c . c o m

unbgm_소리없이







p o e m

s o n g

c h e r r y

n o t e




회 색 노 트


[敵]
site1  어느 법조인의 메모


독서메모/남광



책명 :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저자 :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출판사 : 열린책들



이 책에 대해서 격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장르로 따지자면 추리소설이다.

그러나, 죤 그리샴의 소설이나 댄 래더의 소설과 격이 다르다.

위 두사람의 책도 재미있다.

그러나, 그들의 책들을 라스베가스에 있는 규모가 크고 화려하고 인텔리젼트한 분위기,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급조되고 가볍고 이미테이션의 느낌을 주는 호텔에 비유할 수 있다면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가 쓴 이 책은 유서깊고, 우아하고, 격조높은, 유럽의 고풍스런 작은 호텔을 연상시킨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림을 어떻게 감상하여야 하는가를 많이 배웠다. 상징의 의미, 상징의 미학도 배웠고, 거장의 작품이 어떠해야 하는가도 배웠다.

한겹이 아닌 두겹, 세겹의 복잡한 이야기 구조, 차원을 달리 하는 주인공들의 세계. 매우 매우 논리적인 추론 과정...

이 소설에 나오는 바흐의 "음악의 헌정"을 듣고 싶어 CD를 주문하기도 하였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은 음악의 헌정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한다. "자주 들을 수 밖에. 워낙 복잡하고 기발해서 들을 때 마다 새롭거든..."

좋은 시가 자꾸 읽히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상징적인 문학 역시 제대로 상징의 미학이 있다면 수없이 자주 읽힐 수 밖에 없다.




이 소설의 주인공 중 하나인 체스의 명인은 상대방에 대해서 이기는 데에 관심이 없다. 자기 자신이 유일한 적수인 것이다. 그래서, 한 판을 둘 때마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려고 몰입한다.

이 책에서는 이 점을 다음과 같이 멋지게 표현하였다. "바로 그거요. 패배 속에서 자신을 불멸화시킬 줄 아는 것...... 바로 소크라테스가 독약을 마셨던 것처럼 말이오"

또한, 이 체스의 명인은, 승부에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는다.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 분노, 증오 같은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다. 그러면서 철저히 논리적으로 생각한다. 오로지 논리적으로 상대방의 공격의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자기가 공격할 수 있는 경우를 생각한다.

책에서 나오는 장면을 인용한다.

"과학적인 냉정함으로 눈앞에 직면한 문제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훌리아는 그가 이번 게임에 끝까지 동참한다고 해도 그것이 사회 정의니 윤리니 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 동기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과 우연한 기회에 이번 게임에 참가하긴 했지만 흑말을 쥐든 백말을 쥐든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변호사로서 이 점을 곰씹어 보았다. 나 역시 소송을 맡으면 오로지 논리적으로만 생각하는가.

아니다. 상대방에 대해서 내 의뢰인을 대신해서 분노나 적개심을 가질 때가 많다. 그러나, 이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검사나 판사는 나의 의뢰인을 대신한 분노에 감동하는 것이 아니다. 논리적인 주장과 입증으로 그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도 일체의 감정을 배제한 채 오로지 논리와 증거에만 집중하여야 한다.

그 체스의 명인에 의하여 붙잡힌 범인이 그의 논리적인 추론을 칭찬하는 소리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물론이오. 훌륭한 체스 플레이어로서의 재능은 별개로 치더라도 방금 전에 확인했던 당신의 그 예리함은 이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줄곧 나를 감동시키고도 남았으니까 말이오. 특히, 당신의 그 독특한 방식, 다시 말해서 각각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가능성 없는 가설들을 하나하나 배제해 나가는 방식 앞에서 나는 거장다운 모습을 확인했다고 표현할 수 밖에"



체스 명인의 말은 다음과 같다.
"아시다시피 불가능한 것을 제거했을 때 남는 것은, 설사 그것이 아무리 그렇게 보이지 않더라도 진실일 수 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 여기 인용하고 싶은 표현은 "어쩌면 내 마음의 가장 어두운 구석에 가둬 둔 채 이성과 논리의 빛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치 않았던 본연의 나를 확인해주었는지도..." 이다.



언젠가 내가 썼던 글에 "패배의 자리"라는 것이 있다. 패배의 자리에 갈 용기가 있어야 패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제였다.

아루트로 페레즈 레베르테 같은 작가를 보유하고 있는 스페인은, 한 때 제국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명성이 지금도 녹슬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라고 불린단다.

그래서, 다시 움베르토 에코를 읽고 싶어졌다. "장미의 이름"을 다시 읽기로 하였다.

이 책의 역자가 저자에 대해 쓴 이야기를 아래에 옮겨본다.



"그는 자신의 창작행위를 자신이 좋아하는 독서행위의 연장이라고 단언한다.

실제로 작가는 10대의 나이에 무려 수천 권의 책을 <게걸스럽게 읽어 치운> 무지막지한 독자이다.

또한 작가는 무지막지한 자료 수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새로운 작품을 쓰기 위해 창작 기간의 절반을 <자료정리>에 투자한다. 예를 들어 약3년이 걸려 씌어졌다는 그의 최근 작품 "항해 지도"는 역사한 항해술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데 꼬박 1년 6개월이 걸렸다고 실토한다.

아울러 작가는 무지막지한 글쟁이이다. 그는 하루에 12시간을 원고지 채우는 작업에 매달린다. 그가 대중 문학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지닌 작가나 평론가를 향해 던지는 단호한 메시지는 이러한 자신감에서 나온 표현인지도 모른다. 이른바 진지한 문학을 자처하는 작가들이 본업인 글은 쓰지 않고 독자가 없는 시대를 푸념하거나 평론이니 대담이니 하는 부업 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게 과연 올바른 자세인가 하는 그의 지적이 <소설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하는 준업한 질타로 여겨지는 것은 그러한 까닭이다."



역시, 매사 중요한 것은 성실한 태도이다. 그리고, "본업"에 충실한 자세이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을 해야 한다. 판결문도 간단 명료하게 써야 한다. 판결문을 자기의 수필로 생각하고 글장난을 칠 시간이 있으면 사안 판단에 보다 시간을 써야 한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

교수는 논문으로 말해야 한다.

기업가는 경영실적으로 말해야 한다.

대통령은 정책의 성공으로 말해야 한다.

그외 잡설이 많은 것은 가짜다.

가짜는 무시당해야 한다. 그것이 정의사회이다.





list 


전체  O 7  OO 3  OOO 1  OOOO 1  OOOOO 6 

 [敵] 
list  login  1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her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