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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아래, 하루


   a l l  ㄱ 41  ㄴ 3  ㄷ 1  ㄹ 1  ㅁ 7  ㅂ 14  ㅅ 7  ㅇ 49  ㅈ 15  ㅊ 9  ㅋ 0  ㅌ 0  ㅍ 1  ㅎ 12  & 1 
 

칼과 칼

김혜순



칼이 칼을 사랑한다
발이 없는 것처럼 공중에서 사랑한다
사랑에 빠진 칼은 칼이 아니다 자석이다
서로를 끌어당기며 맴도는 저 집요한 눈빛!
흩어지는 땀방울 내뱉는 신음
두개의 칼이 잠시 공중에 엇갈려 눕는가 했더니
번쩍이는 두 눈빛으로 저 멀리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도 한다
서로 몸을 내리치며 은밀하게 숨긴 곳을 겨냥하는 순간
그 눈빛 속에서 4월마다 벚꽃 모가지 다 베어지기를 그 몇 번!
누군가 하나 바닥에 몸을 내려놓아야 끝이 나는 칼의 사랑
분홍신을 신은 무희처럼 쉬지 않고 사랑할 수는 있어도
그 사랑을 멈출 수는 없는
시퍼런 몸 힘껏 껴안고 버틸 수는 있어도
끝내 헤어져 돌아갈 수는 없는
공중에서 내려올 수도 그렇다고 넘어질 수도 없는
꼿꼿한 네 개의 무릎에서 피가 솟는다
저 몸도 내 몸처럼 구멍이다 저 검은 구멍을 베어버려라
거기서 솟는 따뜻한 피로 얼굴을 씻어라
아무리 소리쳐도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저 끔찍한 사랑
그러기에 이제 내 사랑은 몸을 공중에 들어 올리는 것이었다고
한번도 발을 땅에 붙이지 못한 것이었다고 말해야 하나?
다행인가? 우리 사랑이 아직 저렇게 공중에 떠 있다는 것



 

쌍계사 가는 길

정세기



벚꽃은 피어 흐드러지지요
은어 떼는 팔딱팔딱 튀어오르지요
바윗돌 엉덩짝에 물살이
찰싹찰싹 달라붙지요
왕대숲엔 죽순이 쑥쑥 뻗어오르지요
살랑살랑 부는 실바람을 휘감고
능수버들 가지는 자지러지는데요
아 요 미칠 것 같은 봄날에 마주친
어느 흠 많은 생인들
서로의 눈에 설레는 꽃빛으로
눈부시지 않을 도리가 있나요



 

하동 포구에서 굽이굽이

고재종



구례에서 하동까지 산첩첩 물첩첩으로 팔십여 리. 아침골안개 물안개 수작이 끝나면, 산은 산벚꽃 참진달래 홍도화를 우르르 터뜨려선, 그것들의 새보얗고 붉디붉은 무작정 서러운 빛깔이거나, 강은 도요새 댕기물떼새 흰고니 떼를 속속 날려선, 그것들의 신신하고 유유한 하릴없이 아득한 날개짓이거나로, 시방 내겐 요렇듯이 가슴 벅차고 치미게끔 한통속이다.

강 아래 모람모람 들어앉은 마산면 피아골 화개면 집들, 산 위 구중심처의 화엄사거나 쌍계사 절들을 보면, 어디가 이승이고 어디가 피안인지, 나는 다만 봄볕 융융한 그 사이에서 저기 달래 냉이 자운영을 캐는 산사람들 본다. 저기 은어 쏘가리 버들치를 건지는 강사람들 본다. 저들 저렇듯이 산길 물길로 흐르며 마음엔 무슨 꽃을 피우는지, 어떻게 새는 날리는지.

나는 다시 꽃구름에 홀리고 새목청에 자지러져선, 우두망찰, 먼 곳을 보며 눈시울 함뿍 적신다. 그러다 또 애기쑥국에 재첩회 한 접시로 서럽도록 맑아져선, 저 산 저렇듯이 사람들의 그리움으로 푸르러지고, 저 강 또한 사람들의 슬픔으로 꼭 그렇게 불었던 것을 내 아둔폐기로 새삼 눈치라도 채는가 마는가. 시방은 눈감아도 저기 있고 눈떠도 여기 있는 한 세상 굽이굽이다.

지리산이여, 그러면 우리가 네 노루막이 위 청천에 닿고, 섬진강이여, 우리가 네 자락 끝의 창해에 이르는 길을 찾기는 찾겠는가. 가슴속의 창날 우뚝우뚝한 것으로 스스로를 찔러 무화과 속꽃 한 송이쯤 피울지라도, 가슴속의 우북우북한 것으로 깃을 쳐 죽을 때 꼭 한 번 눈뜨고 죽는다는 눈먼새 한 마리쯤 날릴지라도, 생의 애면글면한 이 길, 누구라서 그예는 일렁거리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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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감사히. 잘못 옮긴 문장은 알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