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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아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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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아래서

김진숙



멀리서 누군가 바람의 손을 흔듭니다

연분홍 보조개가 웃을까 말까 간지러운 듯

하나 둘 꽃잎들이 하얀 치아를 내밉니다

바람의 손길이 스치는 곳마다 보조개가 패이고

서성거리고 있던 나무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립니다

벚꽃이 풀풀 흩날립니다.



 

똥끝

김용범



제주도에서 피기 시작한 벚꽃의 화신이 바다를 건너 남해안 일대에 상륙했다. 이제 일주일이면 한반도 전역에 꽃불이 번질 것이다. 다투어 피는 꽃들의 만개 아 아름답도다 금수강산 삼천리에 꽃불이 번져 황홀하게 꽃불이 번져 어지럽게 꿀벌은 날고 아름다워라 이 강산 이제 피울음 토하듯 진달래도 피고 화사하게 개벚꽃도 피리니 그 얼마나 아름다우리요 강산의 꽃들이 다투어 피어날 때 우리도 저 꽃처럼 환하게 살판이 난다면 얼마나 좋으리 .

놀아도 좋다 교육부장관 말 한마디에 속아 판판이 놀다가 뒤죽 박죽된 수능시험 준비에 똥끝이 타는 고3들아 혹은 고3 엄마들아. 얼마나 복장 터지겠느냐. 믿을 놈도 한 놈 없고 제가 뱉은 말에 책임지는 놈도 하나 없는 좆같은 세상.

이 강산 온 들판에 꽃불이여 번져라 환하게 타올라라 제멋대로 강산을 태워버려라



 

딱다구리

김낙필



PC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딱다구리 나무 쪼는 소리같아
벌떡 일어나
주섬주섬 등산 도구를 챙긴다.
참나무 숲이건 상수리나무 숲이건
딱다구리가 길게 늘어뜨린 줄 따라
그늘진 산기슭
아직 꽃잎 흐드러진
벚꽃 계단을 오른다.

깔딱 고개에서 숨 고르고
늦은봄 햇쌀 눈시리게 받으며
능선 따라 굴러간다.
위 아래 산등성이로
진달래가 지천이다.
능선 외길 스치는 바람과
실없는 농담 주고 받으며
딱다구리놈 자판 두드리는 소리찾아
반나절 산을 기웃기웃 거린다.

환청은
내가 걷는 길  반대편으로
멀어져 가고 있었다.
봄이나 꽃들이나 풍경들은
자취나 색깔일뿐
내가 원하는 소리로써
소임을 다하지는 못했다.
자판 두드리는 소리와
딱다구리 나무구멍 뚫는 소리를
구분 못하듯
꿈과 현실은 팽팽하게
모호하다.

삶의 반은
잃어버린 사랑을 위하여
그 반의 반은
내 그림자를 위하여
그 반의 반의 반은
딱다구리 너의
구멍뚫는 소리를 위하여
헌신 한다.

굴과 낙지와 새우와 된장과 마늘
생강과 감자와 굵은소금과 쪽파가 끓는
양은 냄비 속에서
딱다구리가 상수리나무 배때기에
구멍뚫는 소리가 또 들려온다.

냄비 뚜껑을 열고
딱다구리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뚜껑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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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감사히. 잘못 옮긴 문장은 알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