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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아래, 하루


   a l l  ㄱ 41  ㄴ 3  ㄷ 1  ㄹ 1  ㅁ 7  ㅂ 14  ㅅ 7  ㅇ 49  ㅈ 15  ㅊ 9  ㅋ 0  ㅌ 0  ㅍ 1  ㅎ 12  & 1 
 

폭설을 기다리며

정일근



남쪽에 큰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믿기로 하자
오늘은 밤을 새워서라도 눈을 기다리기로 하자
무엇인가를 간절히 믿어본지 오래고
또 무엇인가를 기다려본지 참 오래다
나는 마당에 나가 벚나무와 함께 직립으로 서서
고립무원의 폭설을 기다린다
나에게서 출발했던 모든 길을 버리고
나에게로 돌아왔던 모든 길을 버리고
오직 하늘의 길을 기다린다, 돌아보면
내가 택했던 길들은 나를 버렸고
나를 택했던 길들은 내가 버렸다
나는 얽히고설킨 세상의 그 길을
하얀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싶은 것이다
내가 운명으로 믿었던 손금 속의 길을 지우고
내 몸 속으로 퍼져있는 붉은 실핏줄의 길을 지우고
내 안과 밖의 모든 경계를 지워버렸을 때
하늘에서는 폭설이 내려와 지도를 만들 것이니
아무 것도 기록되지 않는 순백의 지도 위에
발자국으로 이어지는 내 길을 만들 것이다
뜨거운 발자국만이 길을 만들 것이니
차가운 지도 위에 가장 뜨거운 길을 내며
나에게로 가는 길을 만들고 싶은 것이니
남쪽에 내린 즐거운 폭설주의보를 믿으며
하늘주머니 터져 쏟아져 내릴 폭설을 기다린다



 

벚꽃

곽향련


참으로 고와라
화사한 얼굴로 피었다가
이쁜 삶을 살다가
푸르른 잎을 피우고 떠나는
뒷모습은
참으로 아리따운 생이로다



 

벚꽃, 기울어지기

강희근



만개(滿開)를 보러 벚꽃 속으로 들어간다
이틀이 지났는데 무게의 추는 떨어지기 분분
분분의 목이 쉰 소리로 기운다                                
누가 저 기울어지는 것 붙들어 세우랴                              
생각을 바꾸면                                
만개의 다음이 춤이다                                
악장이 바뀔 때 달라지는 춤사위는 새로운                                
꽃 달기                                
꽃걸음의 약속이다                              
하늘 하늘 떨어지기 분분 아직 가지에 붙은 것들                                  
까르르 웃음을 켠다 가야금줄 곁에 두면                                
산조가 되리                              
수백 수천의 벚나무                                
무게의 추는 이미 한잎 한잎 내려가기 걸음이다                                
우수수 눈을 떠 봐라,                              
사람들 머리 위 화살기도*로 얹히는 한 마디                              
작은 별                              
만개를 보러 다시, 별 속으로 들어간다


*화살기도:소망하는 바를 즉석에서 짧게 바치는 기도(가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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