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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아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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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나무를 묻지마라

임경림



늙은 산벚나무가 온산을 먹여 살리고 있었다 가부좌 틀고 앉은 벙어리부처를 먹이고, 벌떼같은 하늘과 구름을 먹이고, 떼쟁이 햇살과 바람과새를 먹이고, 수시로 엿듣는 여우비를 먹이고, 툇마루에 눌러앉은 한 톨의 과거와 할미보살을 먹이고, 두리번두리번 못 다 익은 열매들의 슬픔을 먹이고, 애벌레의 낮잠 끝에 서성이는 노랑나비를 먹이고, 먹이고…먹이고,

흘러 넘친 단물이 절 밖을 풀어먹이고 있었다 젖무덤 열어젖힌 산벚나무, 무덤 속에 든 어미가 무덤 밖에 서 있다 퉁퉁퉁 불어터진 시간이 아가아가 아가를 숨가쁘게 불러댄다

산벚나무를 묻지 마라

코 닫고 눈 닫고 귀 걸어 잠그고

문둥이 속으로 들어간 절 한 채

어두워지고 있으리라




 

서화리 벚나무

김명기



그렇다.
헤아릴 수 있을 만큼 남은 녹슨 나뭇잎은
지난 한 귀퉁이 화 하게 피어났던 사랑처럼
때가 되었으므로 난처하지만 잎맥의 진물조차
메말라버린 확신이 사라진 무섭고 간단한 방법을
내 앞에 내 놓았다.

알고 있다.
이미 싹이 틀 때 쯤 이모든 일들이
조용히 다가 올 것이란 것을
다만 쉽사리 물러서지 못 했을 뿐 언제든지
열병처럼 사라 질것에 호소력 없는 소리들을
튕겨져 나오는 고무공처럼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바람이 빠져 땅바닥에 축 쳐질 때 까지



 

심춘

김미경



겹벚꽃나무 날로 부풀어와도 제 본 나이를 모르고
그 밑 늙은 개 한 마리 종일 나리는 꽃비에
등허리 시린 줄 모른다

가난한 마음이야 분홍빛으로만 그 그늘 드리운다면
그 시름 그대로 깔고 앉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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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감사히. 잘못 옮긴 문장은 알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