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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아래, 하루


   a l l  ㄱ 41  ㄴ 3  ㄷ 1  ㄹ 1  ㅁ 7  ㅂ 14  ㅅ 7  ㅇ 49  ㅈ 15  ㅊ 9  ㅋ 0  ㅌ 0  ㅍ 1  ㅎ 12  & 1 
 

폴라로이드 사진

김지혜



여자가 함지박만하게 웃고 있다 여자의 말아 올려진 입꼬리를 따라 벚꽃들이 풍선처럼 부풀어 있다 그러나 웃음소리는 사진 가득 뿌옇게 뒤틀려 들리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진들 틈에서 누렇게 빛 바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벚꽃 흐드러진 봄날 한 때의 무아지경 같은 찰나였음을 기억하는 눈 하나 있어, 웃고 있는 여자의 사진 한 장 다시 찍힌다 복구된다 벚꽃이 공중에 아우성처럼 부풀어오르고 곧 여자의 입에서 웃음이 탄성처럼 터져나온다 점점 벌어지는 저 입! 벌려진 시간의 목젖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한 저 검은 숯덩어리! 렌즈를 들여다보고 있는 눈에 불기둥이 솟아오른다 찰칵, 목젖으로 불이 붙는다 순간, 누구도 틀어막지 못할 구멍이 뚫린다 뚫린 심연 속에 봄날의 한 컷이 벚꽃의 아우성처럼 타오른다 활활 다물어지지 않는다 사각의 틈 속으로 여자의 웃음소리가 끌려와 붙잡힌다 이윽고 구멍 속의 시간이, 입을 벌린 채 누렇게 바래기 시작한다



 

에버랜드에서 네버랜드로

김승희



가본 적이 있다, 에버랜드,
화사한 벚꽃이 만발하고 사슴과 사자가 놀고
딸기, 체리, 파인애플, 멜론, 복숭아, 살구, 오렌지, 자두, 망고
매일매일 사랑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
세상에서 가장 고운 아이스크림의 유지방 봉우리에서
블랙베리, 라즈베리, 블루베리, 크램베리의 젖꼭지가 살짝 솟고
푸른 색 파슬리 가루 아래 위스키 뇌관이 감추어진 곳

순식간에 만개했다
순식간에 쏟아지는
단 한 숨의 벚꽃 놀이,
창백한 핑크를 주 계열로 화이트, 옐로우, 바닐라 색 꽃잎아래서
꿈결인 듯 뜨거운 아이스크림 거품을 핥아먹는
단 한 숨의 연인들,
뜨거운 아이스크림, 혀에 닿는 순간 무너지기 시작하는
클림트의 입맞춤

뜨겁게 달군 도자기 팬 위에 지글지글 아이스크림을
구워내는 핫플레이트나
모락모락 김을 뿜는 뜨거운 초콜레이트 위에 만년설이
곁들여진 핫 팥 아이스크림,
브랜디에 담가 술맛이 진한 블랙 체리를
살짝 얹은 술맛의 아이스크림,
공기와 닿는 순간 단숨에 녹기 시작하는,
뜨거우며 차가우며 어딘가로 무리지어 사라진 벚꽃들의 환영

누군가 홑이불을 벗어던지고 도망간다,
나무에서 바닐라 색 홑이불들이 와아와아 떨어지고
스파게티 국수처럼 가늘게 뽑은 아이스크림 위에
화려한 각종 채색의 토핑을 얹어 주던,
벚꽃 나무 아래 있던 그 가게를 찾을 수 없다,
아무튼 테이크 아웃은 팔지 않는다고 하여
그 통유리 창 외벽 안쪽에 앉아
그렇게 꿈결인 듯 혀로 핥아먹었었다,
혀에 맛있는 허무

에버랜드는 테이크 아웃이 안된다고 하여
문을 닫고 나오면 아무 것도 잡을 수 없는,
아 무아 아 무아 아무 아 무아 아무 아 무아 아무 아!
방향도 없고 안팎도 없고
시작도 끝도 없이
어디선가 한번 꼬여 빙빙 도는 뫼비우스,
에버랜드~네버랜드~네버랜드~에버랜드~
에버랜드~네버랜드~네버랜드~에버랜드~
나, 거기, 가 본 적이 있다, 에버랜드




 

사이

김미승



기웃기웃 비 내리는 저녁
몇 대째 버스가 지나갔다, 왔다
떠나기 위해 서 있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커다란 우산을 받쳐 들고 헛것처럼 서 있다
버스정류장에서,
벚나무 몇 그루 함께 젖는다
내 커다란 기다림으로도 다 가리지 못한
만개한 고독을 털어 내며
벚꽃 진다, 누군가 남겨두고 간 메모처럼
깨알깨알 사연들이 불립문자로 흐른다
너는 오지 않고,
몇 생이 더 피고 지는 사이
몇 대의 버스가 더 지나간 사이
나와 내 커다란 우산은 사라지고
헛것인 내가 젖는다
주부가요열창에서 대상을 받고 우는 여자의
아이라인 범벅인 얼굴처럼
생이 아연 단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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