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h e r r y c . c o m

unbgm_소리없이







p o e m

s o n g

c h e r r y

n o t e




벚꽃 아래, 하루


   a l l  ㄱ 41  ㄴ 3  ㄷ 1  ㄹ 1  ㅁ 7  ㅂ 14  ㅅ 7  ㅇ 49  ㅈ 15  ㅊ 9  ㅋ 0  ㅌ 0  ㅍ 1  ㅎ 12  & 1 
 

동상이몽

장인숙



논 가운데를 반쯤 잘라 먹은
순 우리 동네에만 있는 해가
성질 급해 미리 나온 달에게
바톤 넘길 시간
차를 마시며
그는 벚꽃처럼 너울대고
나는 청청한 마늘순인양 찰랑거리다
이몽중, 너희 둘
깨우쳐 준 아이에게서
수강료 없이 비싼 꿈 하나 깬 오늘
깊어가는 어둠
너, 이다가 나, 이다가



 

폭설을 기다리며

정일근



남쪽에 큰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믿기로 하자
오늘은 밤을 새워서라도 눈을 기다리기로 하자
무엇인가를 간절히 믿어본지 오래고
또 무엇인가를 기다려본지 참 오래다
나는 마당에 나가 벚나무와 함께 직립으로 서서
고립무원의 폭설을 기다린다
나에게서 출발했던 모든 길을 버리고
나에게로 돌아왔던 모든 길을 버리고
오직 하늘의 길을 기다린다, 돌아보면
내가 택했던 길들은 나를 버렸고
나를 택했던 길들은 내가 버렸다
나는 얽히고설킨 세상의 그 길을
하얀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싶은 것이다
내가 운명으로 믿었던 손금 속의 길을 지우고
내 몸 속으로 퍼져있는 붉은 실핏줄의 길을 지우고
내 안과 밖의 모든 경계를 지워버렸을 때
하늘에서는 폭설이 내려와 지도를 만들 것이니
아무 것도 기록되지 않는 순백의 지도 위에
발자국으로 이어지는 내 길을 만들 것이다
뜨거운 발자국만이 길을 만들 것이니
차가운 지도 위에 가장 뜨거운 길을 내며
나에게로 가는 길을 만들고 싶은 것이니
남쪽에 내린 즐거운 폭설주의보를 믿으며
하늘주머니 터져 쏟아져 내릴 폭설을 기다린다



 

산벚나무의 저녁

장철문



민박 표지도 없는 외딴집. 아들은 저 아래 터널 뚫는 공사장에서 죽고, 며늘아기는 보상금을 들고 집을 나갔다 한다. 산채나물에 숭늉까지 잘 얻어먹고, 삐그덕거리는 널빤지 밑이 휑한 뒷간을 걱정하며 화장지를 가지러 간다. 삽짝 없는 돌담 한켠 산벚꽃이 환하다. 손주놈이 뽀르르 나와 마당 가운데서 엉덩이를 깐다. 득달같이 달려온 누렁이가, 땅에 떨어질세라 가래똥을 널름널름 받아 먹는다. 누렁이는 다시 산벚나무 우듬지를 향해 들린 똥꼬를 찰지게 핥는다. 손주놈이 마루로 올라서자 내게로 달려온 녀석이 앞가슴으로 뛰어오른다. 주춤주춤 물러서는 꼴을 까르르 웃던 손주놈이 내려와 녀석의 목덜미를 쓴다. 녀석은 꼬리를 상모같이 흔들며 긴 혓바닥으로 손주놈의 턱을 바투 핥는다. 저물어가는 골짜기 산벚꽃이 희다.



prev [1][2] 3 [4][5] next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herais



그저 감사히. 잘못 옮긴 문장은 알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