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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아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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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끄러웠다 어린 누이야

신경림



차고 누진 네 방에 낡은 옷가지들
라면봉지와 꾸그러진 냄비
나는 부끄러웠다 어린 누이야
너희들의 힘으로 살쪄가는 거리
너희들의 땀으로 기름져가는 도시
오히려 그것들이 너희들을 조롱하고
오직 가난만이 죄악이라 협박할 때
나는 부끄러웠다 어린 누이야
벚꽃이 활짝 핀 공장 담벽 안
후지레한 초록색 작업복에 감겨
꿈 대신 분노의 눈물을 삼킬 때
나는 부끄러웠다 어린 누이야
투박한 손 마디에 얼룩진 기름때
빛바랜 네 얼굴에 생활의 흠집
야윈 어깨에 밴 삶의 어려움
나는 부끄러웠다 어린 누이야

나는 부끄러웠다 어린 누이야
우리들 두려운 얼굴 숙이고
시골 장바닥 뒷골목에 처벽혀
그 한 겨우내 술놀음 허송 속에
네 울부짖음만이 온 마을을 덮었을 때
들을 메우고 산과 하늘에 넘칠 때
쓰러지고 짓밟히고 다시 일어설 때
네 투박한 손에 힘을 보았을 때
네 빛바랜 얼굴에 참삶을 보았을 때
네 야윈 어깨에 꿈을 보았을 때
나는 부끄러웠다 어린 누이야
네 울부짖음 속에 내일을 보았을 때
네 노래 속에 빛을 보았을 때


 

청명에 뜬 무지개

김영남



삽살개 마중 나온 싸리문 넘어 대청마루에 앉아
갓 따온 상추, 쑥갓, 고추장에 정오를 차려주고
논길 걸으며 걸으며
저 들녘과 대화를 나누고 싶네.
조용히 오늘날에서 떠나고 싶네.
탱자를 닮은 순희,
개구리 울음처럼 찬란했던 동네 아이들,
‘이놈 오줌싸게’ 하며 다섯 살에 소금을 퍼붓던 옆집 아줌마
그 얼굴들을
삘기 돋은 언덕 위 무지개로 띄워놓고
부엌 거미줄에 걸려 있던 아낙들 웃음은
골목의 돌담으로 쌓아
나의 옛날에 사과나무를 심고 싶네.

창문 넘어오는 벚꽃 그림자가
날 한없이 탄생케 하는 이 청명(淸明)에는.



 

오만 원

주혜옥



1.

마리끌레르 창고 대개방 - 투피스 한 벌에 오만 원
살까말까
싼맛에 샀다가 입지도 않고 그냥 버려둔게 어디 한두번이야
몇 번이나 갸웃거리고 낯찡그리던
목짧은 해가 성큼 망설임을 거두고 집으로 들어가자
골목에는 재빨리 해거름이 달려나와
벚꽃나무아래 훤한 휘장을 친다

2.

자살사이트를 통해 두 사람은 만났다
황량한 여관방
가끔은 파도 들이치고 모래바람도 창틀을 부여잡았다 가는
스무 살 나를 조용히 죽여주세요
이젠 정말 끝내고 싶어요
살까말까
수백번도 더 망설였답니다 도와주시면
오만 원으로 사례하겠습니다

3.

밤 9시 뉴스를 보며 허기진 배를 채운다
내 지갑속에 아직 살아있는 오만 원
살까말까
망설였던 그까짓 봄옷 한 벌
난분분 꽃 떨어지는 막다른 골목끝에서
살까말까
하얗게 밤을 밝혔던
꽃 같은 사람의 사라진 오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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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감사히. 잘못 옮긴 문장은 알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