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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아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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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길
이면우
왕벚나무 아래 젊은 남녀 공부하러 오가는 길
나는 손공구 쥐고 일 다녔다 먼저
흰 피 같은 꽃 피고 살점 뚝뚝 패이듯 꽃 진다 그 위로
자동차 달리면 꽃잎들 솟구쳐 되풀이되는 생
음미하듯 천천히 떨어져내렸다 알 수 없는 힘이
세상은 참 아름답다고 혼자 중얼대게 하는 봄
바람 불던 밤, 꽃잎들 한꺼번에 곤두박질치던 길
다투는 기척 중에 여자 목소리 날카롭게
그래 니가 내 인생에 뭐 하나 해준 거 있어, 하고 울린다
순간 휘청하고 벚꽃 흰빛 쓸쓸해지며 가지에
간절히 매달아둔 쉰살 봄 일시에 다 떨어져내려버렸다
나는 산 너머 집 쪽 밤하늘에 대고 말했다 미안해, 미안해
그리고 보일러 스위치 넣고 삼십분 뒤 책 겉장 갈아댄
박용래 시선집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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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송연우
나무의 가슴은
뿌리로부터 내 무릎쯤일까
아름드리 벚꽃나무
살아있는 일할(割)의 몸뚱이가
밤마다 이슬에 젖는다
바람이 쓰다듬다가 울고 간 자리를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더듬어본다
부스러진 나무의 마음일까
토막난 실밥이 떨어진다
죽어 가는 벚꽃나무를 배경으로
죽음과 내가 한순간
사진을 찍는다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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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곤증
김정호
꽃잎 흐드러지게 날리는
봄날 공휴일 오후
이제 돈도 되지 않은 시
제발 그만 쓰라는
아내 목소리 귓가에 윙윙거리고
왕 벚꽃은 무슨 호기심이 많은지
베란다 앞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연신 환한 웃음을 흘린다
아파트 앞 복덕방에는
고급 승용차를 탄 복부인들
땅따먹기, 술래잡기에 정신이 없고
때가 되었는지 위정자들은
잘 훈련된 앵무새처럼
“뼈를 깎는 고통으로 민의(民意)를 위한다”
소리 높여 노래 부른다
이제 그 소리 하도 지겨워
무너져 내린 눈꺼풀에 압사 당해
그만 혼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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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감사히. 잘못 옮긴 문장은 알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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