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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아래, 하루


   a l l  ㄱ 41  ㄴ 3  ㄷ 1  ㄹ 1  ㅁ 7  ㅂ 14  ㅅ 7  ㅇ 49  ㅈ 15  ㅊ 9  ㅋ 0  ㅌ 0  ㅍ 1  ㅎ 12  & 1 
 

벚꽃나무

유홍준

  

추리닝 입고 낡은 운동화 구겨 신고 마트에 갔다온다 짧은 봄날이 이렇게 무단횡단으로 지나간다 까짓 도덕이라는 거, 뭐 별거 아니지 싶다 봄이 지나가는 아파트 단지 만개한 벚꽃나무를 보면 나는 발로 걷어차고 싶어진다 화르르 화르르 꽃잎들이 날린다 아름답다 무심한 발바닥도 더러는 죄 지을 때가 있다 머리끝 생각이 어떤 경로를 따라 발바닥까지 전달되는지...... 그런 거 관심 없다 굳이 알 필요 없다 그동안 내가 배운 것은 깡그리 다 엉터리, 그저 만개한 벚꽃나무를 보면 나는 걷어차고 싶어진다 세일로 파는 다섯개들이 라면 한 봉지를 사서 들고 허적허적 돌아가는 길, 내 한 쪽 손잡은 딸아이가 재밌어서 즐거워서 자꾸만 한 번 더 걷어차 보라고 한다



 

폭포

손택수



벚꽃이 진다 피어나자마자
태어난 세상이 절벽이라는 것을
단번에 깨달아버린 자들, 가지마다 층층
눈 질끈 감고 뛰어내린다
안에서 바깥으로 화르르
자신을 무너뜨리는 나무,
자신을 무너뜨린 뒤에야
절벽을 하얗게 쓰다듬으며 떨어져 내리는
저 소리없는 폭포

벚꽃나무 아래 들어
귀가 얼얼하도록 매를 맞는다
폭포수 아래 득음을 꿈꾸던 옛자객처럼
머리를 짜개버릴 듯 쏟아져내리는
꽃의 낙차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서



 

마당 회식

조영관



회식이 별건가,
카팅기에 나무를 퍽퍽 잘라서리
숭숭 구멍 낸 드럼통 안에다가
엇대고 기대고 가새지르고 포개서 올려놓고설라무네,  
설렁설렁 신나 좀 뿌리고 산소 불대를 솔솔 들이대면
아무리 지가 강철 철판이라도 안 오그라지고 배길 것이여.  
몇 방 용접 붕붕 지져 스텐 석쇠 만들어놓았겠다,
마늘 까놓았겠다,
고추, 상추, 깻잎, 씻어놓았겠다, 초장, 된장 사왔겠다,
개뿔이나 뭐가 걱정일 것이여.  

탄다, 장작이.
숯불은 일렁거리고, 조개는 쓱 아가리를 벌리고, 소라는 거품을 내뿜고
바지락은 뱃살을 오므리고, 낙지는 쩍쩍 입에 달라붙는데  

새뜻하게 만든 기계
시운전 끝냈겠다, 술술 물건 잘 뽑아 나오겠다,
덜컥 기분이 좋아버린 우리 공장장,
대천 웅천 시장바닥을 뱅뱅 돌고 후비고 누벼서
바리바리 훑어온
조개, 소라, 바지락, 낙지와 전어.

바쁘다, 바빠 술잔이 바빠.
벌건 코가 벌룽벌룽, 눈알이 찔끔찔끔  
고소하고 달고 매콤하고 쌉쓰름하고
손가락, 젓가락이 주책없이 바쁘구나, 바빠.

고놈의 것 잘 시집보냈으면 됐지, 줄창
야근한 것이 뭐가 그리 대수여.    
이번 월급은 제 날짜에 나오려나부지.
어서 술이나 한잔 푸셔.
똥구멍까지 쉬훤하게 찬술이 넘어 넘어가는데
사모님은 경리 아니랄까봐 에쿠, 술보초를 섰구나.

흐흐흐 덤벼라 덤벼,
종이컵이면 어때, 길 건너 매점의 배 사장도 덤비고,
깔고 앉은 각목에다가 말만한 궁둥이 좀 치받치면 어떠냐
밥집 아줌마도 덤비고,
크으, 덤벼라 덤벼,
카센타 느림보사장 박가도 기름장갑, 스패너 후다닥 던져버리고
목장갑 한 켤레 끼고 덤비고,
군포, 시흥, 부천을 두루두루 찍고 다시 돌아온
별수 없는 중국집 대머리 주방장 최가도 헐레벌레 덤비고,
사이사이 둘레둘레 서고 앉고 좁히고 들이밀고, 후루룩 크으,
고철, 철판, 기계 줄줄이 늘어선 좁은 공장을 들어낼 듯
공장마당이 요란 방자하게 뜰썩뜰썩하는데  
길가 담벼락마다 벚꽃으로 목련으로
사방천지가 환한 것까지 얼씨구나 좋구나.  

2차 어때,
아니 노래방부터, 아니야 당구장이 순서지,
들썽들썽 주장도 많고 사설도 많은
우리 청춘의 봄날은 이렇게 깊어 깊어만 갔는데

그날, 우리 가슴에는 벚꽃보다 더 희고
명주조개보다도 속살 부드러운 것들이 소록소록 살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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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감사히. 잘못 옮긴 문장은 알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