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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아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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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간 위의 고양이
박서원
그는 난간이 두렵지 않다
벚꽃처럼 난간을 뛰어넘는 법을
아는 고양이
그가 두려워하는 건 바로 그 묘기의
명수인 발과 발톱
냄새를 잘 맡는 예민한 코
어리석은 생선은 고양이를 피해 달아나고
고양이는 난간에 섰을 때
가장 위대한 힘이 솟구침을 안다
그가 두려워하는 건
늘 새 이슬 떨구어내는 귀뚜라미 푸른 방울꽃
하느님의 눈동자 새벽별
거듭나야 하는 괴로움
야옹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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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스냅
임영조
봄소풍 나온
할머니들 대여섯이
오순도순 화투를 친다
손주같은 햇살이 아장아장
걸음마를 배우는 잔디밭에서
노년을 말리듯 화투를 친다
이미 색 바랜 光과 남은 소망을
한 장씩 탁탁 던지고 나면
웬지 허전하고 저린 손이여
못내 아쉽고 덧없는 세월이여
송학이 앉았다 날아간 자리에
매화가 피고 지고
객혈하듯 벚꽃이 흥건한 방석
때아닌 국화, 철 이른 모란 난초
덩달아 피고 지는 화무십일홍
하느님도 구경하기 심심하신지
싸리순 몇끗 짐짓 내미는 봄날
이런 날은 더 이상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단순한 기쁨이 좋다
익명의 스냅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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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얻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도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해지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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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감사히. 잘못 옮긴 문장은 알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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