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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아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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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가시나무의 기억

이성복



1
먼지 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짐 실은 트럭
두 대가 큰길가에 서 있고 그뒤로 갈아엎은 논밭과 무덤,
그 사이로 땅바닥에 늘어진 고무줄 같은 소나무 들) 내가 짐승이었으므로,
내가 끈적이풀이었으므로
이 풍경은 한번 들러붙으면 도무지 떨어질 줄 모른다

2
국도에는 먼지를 뒤집어쓴 노란 개나리꽃,
배가 빵그란 거미처럼 끊임없이 엉덩이를 돌리며 지나가는 레미콘 행렬,
저놈들은 배고픈 적이 없겠지 국도변 식육식당에서
갈비탕을 시켜 먹고 논둑길 따라가면 꽃다지 노란 꽃들
성좌처럼 널브러져 있고, 도랑엔 처박혀 뒤집혀져 녹스는 자전거,
올 데까지 온 것이다

3
운흥사 오르는 길 옆,
산에는 진달래 물감을 들이부은 듯,
벚나무 가지엔 널브러진 징그러운 흰 꽃,
거기 퍼덕거리며 울음 울지 않는 것은 바람에 불려 올라간 검은 비닐 봉지,
안될 줄 알면서도 한번 해보는 것이다
꽃핀 벚나무 가지 사이에 끼어 진짜 새처럼 퍼덕거려보는 것이다

4
아파트 옥상마다 신나게 돌아가는 양철 바람개비,
언젠가는 저리 신나게 살 수도 있었을까
청도 각북 용천사 가는 길,
산 능선을 타고 건장한 송전탑들 이어지고
비탈을 타고 내려오는 진달래 꽃불,
저를 한 마리 꽃소로 만드는 것도 산을 알지 못한다

5
흐린 봄날에 연둣빛 싹이 돋는다
애기 손 같은 죽음이 하나둘 싹을 내민다
아파트 입구에는 산나물과 찬거리를 벌려놓고
수건 쓴 할머니 엎드려 떨고 있다
호랑가시나무,
내 기억 속에 떠오르는 그런 나무 이름,
오랫동안 너는 어디가 있었던가



 

가여운 설레임

장석남



내가 가진 돌멩이 하나는 까만 것
돌 가웃 된 아기의 주먹만한 것
말은 더듬고 나이는 사마천보다도 많다
내 곁에 있는 지 오래여서 둥근 모서리에
눈[目]이 생겼다
나지막한 노래가 지나가면 어룽댄다

그 속에 연못이 하나 잔잔하다
뜰에는 바람들 가지런히 모여서 자고
벚꽃 길이 언덕을 넘어갔다
하얀 꽃융단이 되어 내려온다

어떤 설레임으로 깨워야 다 일어나 내게 오나
내게 가르쳐준 이 없고 나는 다만
여러 가지 설레임을 바꾸어가며 가슴에 앉혀보는 것이다

오, 가여운 설레임들




 

금목서
- 어머니를 보내며

정영주



금목서가 왜 쓰러졌는지 모른다
쓰러지면서 진저리치며 터지는
꽃들의 아우성을 어떻게 들었는지도
문득, 그제서야
오랫동안 내가
창문을 열고 뜨락에 나간 적이 없음을 알았다
오래전부터 주인의 손을 타지 않은 나무의 목마름이
쓰러지면서 울음향기를 게워냈는지 모른다
사랑이나, 그리움 같은 거
지극히 사소한 것들이라 비웃은 죄를
금목서는 자신이 자기를 베어 흘린 눈물의 전언으로 내게
건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한번도 심장 깊숙이
들여놓지 못한 세상의 깊고 축축한 것들
금목서 어느 날
주인도 돌아보지 않는 빈 정원을 지키며
지킴이로 세웠던 버팀목, 쓸모없이 커가는
제 하중으로 밀어버리고 바닥에 툭 목숨을 놓는다
어떤 시위일까
맨발로 뛰어나가 금목서 옆구리에
열손가락 깊게 넣고 아픈 향기를 맡는다
다 버리고 눕는 일이 그토록 독한 전언이라면
그 잘린 향에 감전된 채
내 갈빗대 옆으로 스러져 누워도 좋으리라
몸 던져 우묵히 패인 흙구덕
잔뿌리 모조리 일으켜 허공에 내던져진 짓무른 속살
피 뚝뚝 흘리는 황금벚꽃들이 이빨 덜덜 떨며
젖은 땅에 누워 차디찬 관의 즙을 짜는 구나

사랑이
사람에게나 나무에게나 버팀목이 된다는 걸
어디서 배웠는지 쓰러져서야
내게 가르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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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감사히. 잘못 옮긴 문장은 알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