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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아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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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내다

맹문재



식구들이 모두 외출해 텅 빈 집, 숲의 나무들이 내는 것 같은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소리가 어디에서 나는지 알고 있다

아침이고 저녁이고 여름이고 겨울이고 집에 있수 하고 들어서는 이웃집 어른들과 어서 오우 하고 반기는 할머니 사이에는 항상 그릇이 놓였다 할머니는 한 술 뜨라고 밥을 내거나 강냉이나 고구마를 담아내었고, 이웃집 어른들 또한 음식에 손을 대면서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며느리와 싸운 얘기, 장을 본 얘기, 부조금 얘기, 날씨 얘기, 객지에 나가 있는 손자 얘기, 고추나 마늘금 얘기, 어느 집 흉보는 얘기······ 음식이 비워지는 대신 얘기들이 그릇에 담겼다 방을 적시던 서러운 눈물도, 문살을 흔들던 큰소리도, 먼 곳에서 온 방물장수의 신세타령도, 산판꾼들의 산벚꽃 같은 허풍도 숨죽인 배추처럼 그릇에 담겼다

그 두런거리는 소리들이 모두 떠나갔다고 여기고 있는데, 오늘 다시 들리는 것이다.

자식들의 밥을 챙겨주듯 나도 사람들에게 그릇을 내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일까?

나는 그릇들이 쌓여 있는 부엌으로 햇살처럼 들어간다



 

실직

박정원



뒤늦게 심은 알타리에게
옆에 있던 벚나무
이파리를 한 잎 한 잎
내려놓고 있다

제가 거느렸던 이파리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벚나무와
웃자라기를 원하는 알타리와
여린 알타리싹을 짓밟는 벚나무이파리와
불어대는 바람을 즐기는 저녁 햇살과
저녁노을 주위를 맴도는 고추잠자리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이파리와
알타리가 자라기 전에 얼른 내리기를 희망하는 서리와
벚나무이파리를 들추고 얼굴을 내밀려고 애쓰는 여린 싹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어대는 바람과
갈수록 점점점 기울어지는 햇살과

내가 벌이는 실랑이는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쌀통도 텅 비어있고
밥그릇마저 잃어버렸는데




 

에버랜드에서 네버랜드로

김승희



가본 적이 있다, 에버랜드,
화사한 벚꽃이 만발하고 사슴과 사자가 놀고
딸기, 체리, 파인애플, 멜론, 복숭아, 살구, 오렌지, 자두, 망고
매일매일 사랑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
세상에서 가장 고운 아이스크림의 유지방 봉우리에서
블랙베리, 라즈베리, 블루베리, 크램베리의 젖꼭지가 살짝 솟고
푸른 색 파슬리 가루 아래 위스키 뇌관이 감추어진 곳

순식간에 만개했다
순식간에 쏟아지는
단 한 숨의 벚꽃 놀이,
창백한 핑크를 주 계열로 화이트, 옐로우, 바닐라 색 꽃잎아래서
꿈결인 듯 뜨거운 아이스크림 거품을 핥아먹는
단 한 숨의 연인들,
뜨거운 아이스크림, 혀에 닿는 순간 무너지기 시작하는
클림트의 입맞춤

뜨겁게 달군 도자기 팬 위에 지글지글 아이스크림을
구워내는 핫플레이트나
모락모락 김을 뿜는 뜨거운 초콜레이트 위에 만년설이
곁들여진 핫 팥 아이스크림,
브랜디에 담가 술맛이 진한 블랙 체리를
살짝 얹은 술맛의 아이스크림,
공기와 닿는 순간 단숨에 녹기 시작하는,
뜨거우며 차가우며 어딘가로 무리지어 사라진 벚꽃들의 환영

누군가 홑이불을 벗어던지고 도망간다,
나무에서 바닐라 색 홑이불들이 와아와아 떨어지고
스파게티 국수처럼 가늘게 뽑은 아이스크림 위에
화려한 각종 채색의 토핑을 얹어 주던,
벚꽃 나무 아래 있던 그 가게를 찾을 수 없다,
아무튼 테이크 아웃은 팔지 않는다고 하여
그 통유리 창 외벽 안쪽에 앉아
그렇게 꿈결인 듯 혀로 핥아먹었었다,
혀에 맛있는 허무

에버랜드는 테이크 아웃이 안된다고 하여
문을 닫고 나오면 아무 것도 잡을 수 없는,
아 무아 아 무아 아무 아 무아 아무 아 무아 아무 아!
방향도 없고 안팎도 없고
시작도 끝도 없이
어디선가 한번 꼬여 빙빙 도는 뫼비우스,
에버랜드~네버랜드~네버랜드~에버랜드~
에버랜드~네버랜드~네버랜드~에버랜드~
나, 거기, 가 본 적이 있다, 에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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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감사히. 잘못 옮긴 문장은 알려주십시오..